떠들기

소프트웨어를 한글화할 때 알면 좋을 것들

Ch. 2020. 1. 31. 02:26

으악

종종 프로그램 번역을 보다 보면 되게 이상한 한국어가 보이는 경우를 곧잘 발견합니다.

특히 어중간한 관심을 받는 오픈소스가 그런데요, 위의 스크린샷은 Godot 엔진이라는 게임 엔진의 편집기입니다. 매우 어색하지 않습니까? 일반적인 프로그램은 해요체를 일반 문장에 잘 쓰지 않죠.

저도 전문 번역가는 아니지만, 이런 사항들 하나하나가 눈에 밟힐 때마다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번역해주신 건 참 감사한데... 이건 무슨 번역이죠...

그래서 제 지식 선에서의 번역 노하우를 좀 나열해보려고 합니다.

사이트를 두 개 켜두자

번역하면 꼭 열게 되는 사이트가 두 개 있습니다.

  • Microsoft 언어 포털: M$ 제품에서 특정 용어가 다른 나라 말(특히 한국어)로 뭘로 번역되어있는지가 죽 나옵니다.컴퓨터 용어가 있는데 자주 쓰이는 번역이 뭔지 모르겠다, 이 때 씁니다.

    https://www.microsoft.com/ko-kr/language/
  • 맞춤법 검사기
    노코멘트. 기본적인 겁니다 (* 이 글은 맞춤법 검사를 하지 않았읍읍)

    http://speller.cs.pusan.ac.kr

자주 이상해지는 번역들

이상하게 번역하는 것도 패턴이 꼭 있습니다.

이해하기 좋은 번역을 만드는 요점

  • 기존 룰을 따르자

    과도한 번역을 이해를 해칩니다. 기존에 굳어진 표현이 있다면 그걸 씁시다.
    (저도 이런 짓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프로젝트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과거의 제가 잘못했씁니다...)
  • 자연스러운 한국어 문장을 만들자

    소프트웨어 번역이 아닌 일반적인 외국어 번역에서도 동일하게 문제가 되는 부분입니다. 이건 뭐,,, 굳이 얘기 안 해도 되겠죠.
  • 문맥을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의역해서 명확하게 만들자

    프로그레스 팝업이라 "저장 중" 이 나와야 하는데 "저장하기" 가 나오는 사태 같은 게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꼭 문맥을 확인합시다. 소스 링크가 같이 있거나 잘 이해가 안 되는 경우 질문을 남길 수 있는 곳도 있었던 것 같네요.

    번역해놓고 보니 목적어가 불분명해져서 이해가 안 되는 경우도 있구요. 이 경우에는 의역으로 의미 전달율을 높여야겠죠.

번역 체크리스트

사례들도 생각나는 대로 기술해보겠습니다.

케이스 예시 예시 수정
과도한 순우리말화

이미 굳어진 표현이 있을 때 굳이 우리말화하지 마세요. 사용자 입장에서 드럽게 헷갈립니다.
무름모
장면
배치
소프트웨어

레이아웃
해요체

해요체는 문맥상 자연스러울 때만 써야 합니다. 이게 그냥 막 쓰면 이 XX가 날 만만히 보나 싶거나, 소프트웨어 자체가 어수룩해보이게 됩니다.
오류가 발생한 모양이에요. 다시 불러올래요? 오류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새로고침하시겠습니까?
원문 괄호 붙여 넣기

단어의 의미가 확실하거나, 발음으로 적어도 전달이 잘 되는 경우는 굳이 원문을 표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굳어진 표현인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편집기(Editor) 편집기 혹은 에디터 둘 중 하나만 사용
영어식 수동표현 / 과도한 능동화

제곧내. 더 중요한 건 수동 표현이 더 자연스러울 땐 도리어 수동 표현을 써야 한다는 겁니다.
이건 케바케(Case By Case)입니다 잘 판단해보세요
거기 주어 빼세요

한국어는 주어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굳이 원문에 있는 문맥 상으로 명확한 주어는 쉽게 파악할 수 있으면 다 빼도 됩니다. 괜히 길어져요.
당신이 이 버튼을 누르면 창에서 대화 상자가 열립니다. 이 버튼을 누르면 창에서 대화 상자가 열립니다.
"이것"이 뭔데?

대명사는 문맥 상 불명확하다면 "이것", "저것" 보다는 차라리 명시적으로 반복해서 써놓는 게 낫습니다.
Collision은 KinematicBody의 자식이거나 더 하위에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충돌 모양만 제공합니다. Collision은 KinematicBody의 자식이거나 하위 노드여야 합니다. Collision은 충돌 모양 정보만 제공합니다.
~~하기

없어도 버튼이면 뭔지 다 알아요. 빼세요. 버튼에 ~하기 있는 거 본 적 있으신가요? 전 없는데.
저장하기
취소하기
최적화하기
저장
취소
최적화

지금으로 생각나는 건 이 정도입니다. 이 정도만 지켜도 어느 정도 볼 만한 번역이 나오리라고 생각합니다.

여담인데, 웃긴 번역 중 어쩔 수 없었던 케이스도 있었습니다. 원문이 줄임말이라 번역도 줄임말로 만들었더니 이상했던 경우인데, "즐겨찾기 & 부스트 알림" 이 즐부알이 되어버린 사태였습니다. 이건 뭐,,, 심심한 애도를.


(솔직히 말하자면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까워서 써봤습니다. 번역 기여에 도움 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