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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기/창작

[한 문단, 그 짧은 습작] no.0 (연습장으로부터)

  어둠 속에서 보는 숲은 아름다웠다. 비추는 달빛은 높은 숲의 나뭇잎들이 흩뿌려놓았고, 푸른색과 은색의 뒤섞임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기에는 충분했다.

  자, 나는 이제 해야 할 일을 해야겠다.

  잎의 나무에 세워 뒀던 삽을 들어 축축하고 이끼가 낀 땅을 파기 시작했다. 뭔가 부딛혔다. 나는 조금 더 속도를 높여, 내가 파는 것을 방해한 물건이 내가 찾는 물건인지 아닌지 확인하기로 했다.
  흙 속에서 땅 위로 끌어올린 그것은 정확히 내가 찾는 그 상자였다. 그러나 내부에 그 물건이 있을지는 아직도 미지수였다.
  자물쇠가 잠겨있었다. 그 주변의 흙을 털어내고, 미리 배워뒀던 자물쇠 따는 방법으로 몸 안에 지니고 있던 핀을 이용해 자물쇠를 풀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핀은 넣자마자 튕겨져나갔다. 성스러운 물건인 만큼 강한 마력으로 잠궈 두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건 그 방법 뿐이다.

  조금 미뤄야 하나.

  나는 상자를 나의 주머니 안에 넣었다. 이래 뵈도 마법을 걸어 둔 옷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물건들을 주머니에 넣어서 옮길 수 있다. 실어간다는 표현이 맞겠지. 그러나 중량제한도 있어서, 10톤은 넘으면 주머니 속의 공간의 마법이 깨져서 모든 사물들이 주머니 밖으로 뛰쳐나오기 시작한다. 그럴 때는, 옷의 주인이 위험하다. 죽을 수도 있다.
  숲을 걸어나와 마을의 한 집을 두들겼다. 잠시 후, 한 노인이 나왔다. 그 노인은,

  "무슨 일인가, 이 오밤중에?"

  라며 내가 들어가는 것을 꺼리는 듯 했다. 중요한 일이라고 만류하여 한창을 씨름한 후, 가까스로 나는 노인의 공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 물건입니다."

나는 주머니에서 꺼낸 상자를 노인 앞에 내려놓았다. 노인은 한참 고민하더니,

  "내일 밤에 다시 찾아오게. 그냥 열긴 어려울 것 같군."

이라며 나를 쫓아냈다.


  소년의 꿈에는 꽃이 보였다. 한 송이의 꽃. 그러나 그 꽃은 이내 불타기 시작했고,<살려줘요, 살려줘요!> 하는 비명을 수 차례 반복해서 내질렀다. 소년은 겁에 질려 다가가지 못하다가, 이내 한 걸음 다가가서 꽃에게,

  '어떻게 해야 구할 수 있죠?'

라고 말했을 땐, 주변의 것들이 다 사라지고 작은 단도 하나가 빛을 내며 눈 앞에 나타났다. 그가 그 단도를 잡으려는 순간,

  "잭, 일어나!"

라는 소리와 함께 꿈에서 깨어났다. 식은 땀을 흘리며, 소년은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집에서 나서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 내내 소년의 머리속엔 꿈 내용만이 맴돌았다. 그래서 기분 전환을 위해 오후에 상점가를 지나간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왜냐하면, 갑자기 어디선가 칼이 그의 등을 찔렀으니까.
  보통이라면 아파야 겠지만, 이 칼은 아프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의 몸이 빛나고 있다니! 이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낮에 노인은 상자가 갑자기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더니, 상자는 곧 열리고 눈 깜짝할 새에 어딘가로 날라가 버렸다. 칼이 간 방향으로 가 보니 한 소년이 그 칼에 찔려 있는 게 아니겠는가!
  그러나 피가 나지 않았다. 예상대로 역시 성물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에게 다가가 칼을 뽑으려고 했으나 예상 외로 뽑히지 않았다.


  예상 외로 칼이 뽑히지 않자, 나는 등 뒤에 손을 내밀어 직접 빼내야만 했다. 빼고 보니, 내 앞에 가져온 칼에 내 이름이 새겨지고 있었다. 그것도 수도 없이! 빛나는 검의 크기를 줄이자, 검은 다시 커지더니 칼집이 생겼다. 와, 이건 놀라운 일인걸. 아까 뽑으려던 할아버지가 나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그 검은 나의 의뢰품이다. 돌려다오."

  그러나 오늘 아침의 꿈이 갑자기 생각나서, 돌려주면 안되겠다고 생각하고는 곧바로 뛰기 시작했다.